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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 속 여성들, 연대의 힘, 변화의 시작

by hrbnews 2025. 3. 27.

영화 히든 피겨스 관련 사진
영화 히든 피겨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는 세오도르 멜피(Theodore Melfi) 감독이 연출하고, 타라지 P. 헨슨(Taraji P. Henson), 옥타비아 스펜서(Octavia Spencer), 자넬 모네(Janelle Monáe)가 주연을 맡은 실화 기반의 드라마 영화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활약한 세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수학자들의 숨겨진 업적을 조명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뿌리 깊던 시기에 과학이라는 순수한 영역에서도 차별받았던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과 신념으로 벽을 넘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여성, 인종, 과학이라는 주제를 균형 있게 담아내며 사회적 메시지와 드라마적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1. 히든 피겨스 속 재능을 가졌지만 가려졌던 여성들

히든 피겨스는 수학적 천재성을 지녔지만 피부색과 성별로 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이 NASA에서 실력을 입증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은 놀라운 계산 능력을 지닌 수학자로, 백인 남성들 중심의 항공우주국 내에서도 기계보다 빠르게 궤도를 계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당시 그녀가 앉을 수 있었던 자리는 ‘유색인종 전용’ 구역뿐이었고, 커피 포트조차 분리되어 있었다.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은 정식 직함 없이 팀을 이끄는 실질적 리더였고, 컴퓨터가 도입되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해 자신의 팀을 새로운 시대에 적응시킨 인물이다. 또 다른 인물 메리 잭슨(자넬 모네)은 뛰어난 엔지니어링 감각을 가졌지만,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맞서 싸운다. 이 세 인물은 시대와 제약 속에서도 결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다. 영화는 이들의 개별적 여정이 교차되며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전개되며,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얼마나 많은 가치와 가능성이 숨어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2. 불합리한 벽을 넘게 한 자존감과 연대의 힘

캐서린은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는 계산실에서 처음에는 서류정리와 단순 계산 업무만 맡게 된다. 그녀의 실력은 명백했지만, 화장실조차 건물 반대편의 ‘유색인종 전용’만 사용해야 했고, 회의 참석은 물론 커피 한 잔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현실은 그녀를 끊임없이 고립시켰다. 하지만 캐서린은 묵묵히 수학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력을 증명해 간다. 결국 그녀의 계산이 유인 우주선의 귀환 궤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모두의 시선을 바꾸게 된다. 도로시는 정식 슈퍼바이저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IBM 컴퓨터 시스템 도입이 시작되자 스스로 매뉴얼을 구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고, 팀원들에게 교육을 시작한다. 변화하는 시스템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한 그녀는 결국 최초의 흑인 여성 슈퍼바이저로 임명된다. 메리 역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법원에 직접 출두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며 학교 등록 허가를 받아낸다. 이 세 여성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의 성공이 아닌, 공동체적 연대와 자존감의 승리로 읽힌다. 영화는 여성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사회적 벽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연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히든 피겨스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감과 통찰을 제공한다.

3. 변화의 시작, 진짜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세 여성의 활약이 NASA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장면이 이어진다. 존 글렌의 궤도 비행 임무를 앞두고, 수많은 기술과 장비가 동원되지만, 결국 마지막 검증은 다시 캐서린에게 맡겨진다. “그녀가 계산해야만 믿을 수 있다”는 우주비행사의 말은 그간 그녀가 보여준 신뢰의 결과이자, 존재의 무게를 인정받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큰 전율을 주며,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진짜 가치를 재조명하게 만든다. 도로시는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팀원 전체의 미래를 함께 끌어올렸고, 메리는 제도적 장벽을 넘는 데 성공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준다. 영화는 이들이 단지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 능력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강조한다. 히든 피겨스는 단순한 여성 영화,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가 아닌, 시대의 구조적 한계를 인간의 의지로 뛰어넘은 이야기로 자리매김한다. 영화가 끝난 후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업적이 등장하면서, 관객은 허구가 아닌 현실로 존재했던 이들의 삶에 깊은 존경을 느끼게 된다. 히든 피겨스는 우리가 흔히 간과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는 누가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에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용과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