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Ad Astra, 2019)는 제임스 그레이(James Gray)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Brad Pitt), 토미 리 존스(Tommy Lee Jones), 루스 네가(Ruth Negga) 등이 출연한 SF 드라마 영화이다. 라틴어로 ‘별들을 향하여’라는 뜻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여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과 가족 관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단순한 우주 탐사물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깊은 심리극으로, 감각적인 비주얼과 섬세한 내면 묘사로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1. 애드 아스트라 속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우주의 여정
영화 애드 아스트라 속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다. 그는 극도의 침착함과 냉정함으로 유명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고독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지구 전역을 혼란에 빠뜨린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작되며, 그 원인이 해왕성 근처에서 실종된 지 16년 된 우주선 ‘리마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우주선을 이끌던 인물이 바로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다. 로이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 우주 깊숙한 곳으로 떠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 여정은 단순히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임무가 아닌, 로이 개인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지배해 온 아버지에 대한 질문과 상처를 마주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보다 로이의 내면을 따라가며, 그가 겪는 감정의 파동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로이는 임무에 충실하려 애쓰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면 갈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 목적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애드 아스트라는 이처럼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탐험하는 감정의 여행으로 관객을 이끈다.
2. 차가운 우주 속에서 마주한 고독과 진실
로이의 여정은 달, 화성, 그리고 해왕성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류가 확장한 거대한 우주 식민지와 기술 문명을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도 느껴지는 건 오히려 더 깊은 공허감이다. 달에서는 상업화된 관광과 자원 경쟁이 벌어지고, 화성에서는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지배적이다. 로이는 이런 세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아버지를 향해 나아가지만, 갈수록 자신이 믿어왔던 진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리마 프로젝트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기 위해 시작된 임무였지만, 실상은 클리포드가 인류 외에는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독단적인 실험을 계속해온 것이었고, 이는 큰 비극을 낳았다. 로이는 아버지를 영웅으로 여겨왔지만, 점차 그가 집착에 사로잡혀 많은 동료들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존경했던 존재가 결함과 죄책감을 가진 인간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로이에게 있어 심리적인 전환점이 된다. 차가운 우주 공간 속에서 로이는 타인과의 교류조차 줄어든 채, 고립된 자아와 마주하게 되고, 이 여정은 결국 외부의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구원하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영화는 대사보다는 분위기와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며, 브래드 피트의 절제된 연기는 이러한 내적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3. 용서와 선택,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길
해왕성 궤도에 도달한 로이는 마침내 오랜 시간 찾아 헤맸던 아버지와 재회한다. 하지만 클리포드는 오히려 로이에게 자신을 남겨두고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자신이 이룬 성과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로이는 그가 더 이상 진실을 마주할 수 없는 인물임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설득해 함께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클리포드는 결국 스스로 tether(우주선 연결선)를 끊고 우주 속으로 사라진다. 이 장면은 아버지와의 이별이자,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으로, 로이에게도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그는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그로 인해 자신을 정의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로이는 지구로 돌아가는 여정을 감행하고, 극적인 귀환 끝에 다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다. 지구에 착지한 그는 처음으로 세상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려는 의지를 보이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영화는 고요한 나레이션과 함께 끝을 맺으며, 광활한 우주보다 더 큰 미스터리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애드 아스트라는 시각적으로는 장대한 우주를, 내면적으로는 고독과 회복을 그린 감성적인 SF 영화다. 임무와 책임, 가족과 용서,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 작품은 단지 우주를 향한 여정이 아닌, 내면으로 향한 깊은 사유의 기록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