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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북 속 첫 만남, 변화의 시작, 가족의 모습

by hrbnews 2025. 3. 21.

영화 그린북 관련 사진
영화 그린북

 

그린북(Green Book, 2018)은 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 감독이 연출하고, 비고 모텐슨(Viggo Mortensen)과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가 주연한 실화 기반의 드라마 영화이다. 196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미국을 배경으로, 성격도 배경도 완전히 다른 두 남성이 미국 남부를 여행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실존 인물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Don Shirley)와 그의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Tony Vallelonga)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인간관계의 본질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한다. 인종, 계급,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여정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시금 ‘이해’라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1. 그린북 속 서로 다른 두 남자의 첫 만남

그린북의 이야기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토니 발레롱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정 많고 입도 거친 전직 나이트클럽 경호원이다. 생계를 위해 가리지 않고 일하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말투나 태도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운전기사 면접 제안을 받고 그를 만나게 된다. 돈 셜리는 전통 클래식 음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갖춘 천재적인 예술가로, 고급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지적이고 우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두 사람은 외모와 말투, 취향은 물론, 삶을 대하는 태도조차 극과 극이다. 하지만 셜리는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 지역의 위험성과 인종차별을 감안해 토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토니 역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 일을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당시 흑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숙소, 식당, 화장실 등을 안내한 실존 책자 ‘그린북’을 참고하며 남부를 여행하게 되는 둘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충돌하고 갈등하면서도 점차 상대를 이해해 가기 시작한다. 이 첫 만남은 단순한 일자리 계약 그 이상이며, 곧 두 사람 모두의 인생을 바꿔 놓는 시작점이 된다.

2. 함께하는 여정, 그리고 변화의 시작

토니와 셜리의 남부 여행은 인종차별이라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공연장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존경받는 예술가인 셜리는,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면 식당 출입을 거부당하고, 대기실도 제공받지 못하며, 같은 식탁에 앉을 수조차 없는 대우를 받는다. 셜리는 차별을 견디며 침착하게 연주하지만, 그 이면의 고통은 깊다. 토니는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으며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셜리의 고통을 직접 보며 점차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단순한 ‘고용인’이 아닌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셜리는 토니에게 교양과 품격의 중요성을 알려주며, 토니는 셜리에게 현실에서 버티는 힘과 유머, 그리고 따뜻함을 전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던 면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어가면서 둘은 점차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누게 된다. 여정 중 마주한 각종 갈등과 사건들은 이들에게 때론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특히 셜리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 토니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를 보호하는 장면은 둘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는 그린북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안내하는 책을 들고 다녔음에도, 진정한 자유와 존중을 서로에게서 찾은 여정 그 자체였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히 차별에 대한 고발을 넘어, 편견을 넘어서려는 한 걸음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3. 여정의 끝에서 마주한 진짜 가족의 모습

여정이 끝나갈 무렵, 토니는 셜리를 단순한 운전 대상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로 여기고 있다. 셜리 역시 처음에는 거리감을 두던 토니를 신뢰하게 되며, 둘 사이의 우정은 더할 나위 없이 깊어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토니는 폭설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위해 뉴욕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셜리는 초대받지 않았지만 마음속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토니의 집을 찾아가고, 토니의 가족은 처음엔 놀라지만 곧 셜리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이는 영화의 흐름상 단순한 식사 장면이 아니며, 편견과 고립을 뛰어넘은 ‘환대’와 ‘포용’의 순간이다. 초반부만 해도 흑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내비쳤던 토니의 가족이, 이제는 아무런 경계 없이 그를 가족의 일원처럼 맞이한다는 것은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진정한 가족은 혈연이나 같은 배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결국 그린북이라는 제한된 가이드북은 두 사람의 물리적인 길만을 안내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길을 찾아가게 만든 상징적인 매개였다. 영화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식탁에서 마무리되지만, 관객에게는 이 여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울림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충돌하는 수많은 관계들이 존재한다. ‘그린북’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 한 사람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준다.